기업의 실적이 나쁘면 경영진이 떠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적이 매우 좋을 때는 반드시 자리를 지킬까? Huang 등(2026)은 기업성과가 낮거나 높은 구간에서 경영진의 은퇴 또는 은퇴의도가 높아지는 U자형 관련성을 보고했다. 다만 이는 미국 S&P 1500 기업 CEO 기록자료와 미국 대학 동문 경영진 설문에 기반한 관찰연구 결과이지, 성과가 은퇴를 일으킨다는 인과적 입증이나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다. 연구 1의 실제 은퇴와 연구 2의 은퇴의도도 같은 결과변수가 아니다. (원문 7쪽, 9쪽, 13쪽부터 19쪽)
연구가 제안하는 두 가지 은퇴 논리
저자들은 성인후기 발달심리학을 바탕으로 두 설명을 제안한다. 높은 성과에서는 자신의 기여를 좋은 기록으로 남기려는 유산 완성 기제(legacy fulfillment mechanism)가, 낮은 성과에서는 정서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역할에 자원을 재배분하려는 선택적 우선순위화 기제(selective prioritization mechanism)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기제는 이론적 설명이며, 연구에서 직접 측정한 매개효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원문 3쪽부터 5쪽, 21쪽)
이 설명에서 중요한 개인차가 목표지향성(goal orientation)이다. 학습 목표지향성은 역량 개발과 도전의 숙달을, 수행입증 목표지향성은 유능함을 보여 주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수행회피 목표지향성은 무능하다는 평가를 피하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들은 이 세 성향이 성과 상황과 은퇴의 관련성을 다르게 조절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문 4쪽부터 7쪽)
연구 1: 실제 CEO 은퇴를 추적한 기록자료
분석 단위는 CEO-연도이며, 대상은 2000년부터 2019년 사이 미국 S&P 1500 기업의 CEO로 취임한 사람들이다. 기본 분석은 CEO 1,840명의 9,707개 CEO-연도 관측치를 사용했다. 목표지향성 조절효과 분석은 실적발표 통화자료가 확보되는 2007년 이후 취임자로 범위를 좁혀 CEO 652명의 2,845개 관측치를 사용했다. 일반 근로자나 한국 중장년 표본이 아니며, 본문 표본 선정 설명에 고령자를 구분하는 특정 연령 하한은 제시되지 않는다. (원문 7쪽)
은퇴자료는 언론보도와 SEC 공시 등을 사후적으로 종합해 분류한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왔고, 재무자료는 Compustat, 경영자자료는 Execucomp, 목표지향성 자료는 Capital IQ 실적발표 질의응답에서 얻었다. 기업성과는 3년 평균 Tobin’s q로 측정했다. 목표지향성은 질의응답의 단어 빈도를 CEO 수준으로 집계한 간접 측정치다. 다음 해 실제 은퇴를 결과로 삼아 CEO 수준 군집 강건 표준오차를 적용한 Cox 사건사 분석을 실시했다. (원문 7쪽부터 9쪽)
기본 모형에서 성과의 제곱항은 양의 방향으로 유의했다. 저자들은 제곱항만으로 U자형을 판단하지 않고 관측범위 양 끝의 기울기와 전환점도 확인했다. 낮은 성과 끝의 순간효과는 음의 방향으로 유의했고(v = -0.26, p < 0.001), 높은 성과 끝에서는 양의 방향으로 유의했다(v = 0.26, p = 0.01). 이 수치는 Cox 모형 선형예측자의 미분값이지 은퇴확률의 퍼센트포인트 변화가 아니다. (원문 9쪽)
낮은 성과 구간에서는 학습 목표지향성이 높은 CEO에게 성과와 은퇴의 음의 관련성이 더 약했다. 높은 성과 구간에서는 수행입증 목표지향성이 높은 CEO에게 양의 관련성이 더 강했다. 수행회피 목표지향성의 조절효과는 지지되지 않았다. 따라서 세 종류의 목표지향성이 모두 가설대로 작동했다고 요약하면 부정확하다. (원문 9쪽, 12쪽부터 13쪽)
연구 2: 경영진의 은퇴의도를 조사한 설문
연구 2는 2019년 미국 남동부의 한 대규모 공립대학 동문 중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약 2개월 간격의 두 차례 설문이다. 초청 대상 3,899명 가운데 534명이 참여했고, 2차 응답과 결측치 제외를 거쳐 최종 363명을 분석했다. 최종 표본의 평균 연령은 58.27세였다. 이는 50대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아니며, 본문 표본 선정 설명에 특정 은퇴연령 기준은 제시되지 않는다. (원문 13쪽)
기업성과는 지난 3년간 동종업계 대비 재무성과와 전반적 성과에 대한 자기평가로, 목표지향성과 은퇴의도는 설문척도로 측정했다. 곡선형 회귀분석에서 은퇴의도 역시 U자형 관련성을 보였고, 학습 및 수행입증 목표지향성의 조절가설이 지지되었다. 높은 성과 구간에서 수행입증 목표지향성에 따른 순간효과 차이는 p = 0.048이었다. 수행회피 목표지향성 가설은 이 연구에서도 지지되지 않았다. 은퇴의도에 대한 결과를 실제 은퇴행동의 재현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원문 13쪽부터 14쪽, 18쪽부터 19쪽)
해석할 때 남겨 두어야 할 한계
두 연구는 관찰연구이며 설계와 분석계획은 사전등록되지 않았다. 시간차 설계와 통제변수, 강건성 검사가 있어도 인과성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 2의 도구변수 강건성 분석에서는 강한 도구변수를 확보하지 못했다(partial F = 1.45). 연구 1의 단어 빈도 측정오차, 은퇴로 발표된 강제 퇴임의 분류 문제, 직접 측정하지 않은 심리기제도 남는 한계다. (원문 7쪽, 19쪽, 21쪽)
이 연구의 분석자료는 코로나19 시기를 포함하지 않는다. 미국 상장기업 CEO와 특정 대학 동문 경영진의 결과를 한국 공공기관의 정년퇴직이나 일반 근로자의 은퇴에 곧바로 일반화하기도 어렵다. 저자들이 별도 보충분석에서 살펴본 은퇴 상태는 완전은퇴와 이사직 브리지 고용이며, 다양한 브리지 고용 경로를 포괄하지는 못했다. 이 글은 별도 보충파일을 직접 검토한 것이 아니라 본문의 보고 범위에 한정한다. (원문 7쪽, 13쪽, 21쪽)
DASISIJAK 해석: 은퇴의 이유와 이후 경로를 분리해서 보기
다시시작의 관점에서 이 논문은 은퇴를 실패의 결과로만 해석하지 않도록 돕는다. 같은 역할 이탈도 성취를 마무리하려는 선택과 자원을 재배분하려는 선택이라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상담이나 후속 연구에서는 현재 성과만 묻기보다,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와 어떤 활동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은지를 함께 질문할 수 있겠다. 이는 논문에 근거한 적용 아이디어이지 효과가 검증된 상담 프로그램은 아니다.
브리지 고용 참여의도를 연구한다면 현직에서 떠나려는 의도와 떠난 뒤 다른 일을 하려는 의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논문의 U자형 결과만으로 재취업이나 브리지 고용 참여가 늘어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한국 중장년에게 적용하려면 정년제도, 경제적 필요, 건강과 가족역할 등을 포함해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이 역시 DASISIJAK의 연구 제안이다.
원문
이 해설의 원문은 Huang 등(2026)의 「Leaving on a High or Low Note? An Achievement Goal Perspective on Executive Retirement」이며, 학술지 Personnel Psychology에 게재되었다. 원문 확인: https://doi.org/10.1111/peps.7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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