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이 늘어도 사람이 줄어드는 지역
지역의 생산이 늘면 일자리와 인구도 함께 늘어날까. 황재희의 해남 사례 분석은 이 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자고 제안한다. 원문에 따르면 해남의 실질 지역내총생산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22.07%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인구는 12.73% 감소했다. 생산 증가와 인구 감소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기술통계이지, 특정 산업정책의 실패나 가치사슬 단절의 인과효과를 입증한 수치는 아니다. (원문 51쪽)
이 글의 핵심 질문은 일자리를 얼마나 늘렸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농수산물을 생산한 뒤 누가 가공하고, 어디에서 판매하며, 수익과 업무가 지역 안에 얼마나 남는가를 묻는다. 저자는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를 지역의 자원과 아이디어를 상품·공간·서비스로 연결하는 주체로 보고, 그 연결이 일자리 형성의 토대가 될 가능성을 검토한다. (원문 48~50쪽)
어떤 자료를 어떻게 분석했나
원문은 한국고용정보원 『지역산업과 고용』 2026년 여름호에 실린 이슈분석 글이다. 국가통계포털 자료로 지역의 산업구조와 인구·생산 변화를 살펴보고, 해남의 네 사례를 현장 관찰과 반구조화 인터뷰로 분석했다. 사업체 대표와 운영 담당자를 면담하고 공개자료 및 지방자치단체·지원기관 문헌을 함께 검토했다. (원문 49~54쪽)
분석 단위는 지역과 사업·운영 사례다. 네 사례는 개인 응답자 네 명을 뜻하지 않는다. 전체 면담 인원, 사례별 면담 횟수, 정확한 조사 일정과 체계적인 코딩 절차는 원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중장년 또는 은퇴자를 별도 표본으로 조사한 연구도 아니다. 따라서 아래 사례를 한국 중장년 전체의 취업성과나 은퇴 후 고용효과로 일반화할 수 없다.
네 사례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연결
매개형: 공동자원과 운영 역량을 잇는 송호항 권역
송호항 권역에서는 어촌의 공동자원에 외부 앵커조직의 기획·조정 역량을 결합한다. 청년팀의 전복 가공과 여성 어업인팀의 판매·유통 조직은 준비·추진 단계로 소개된다. 마늘과 지역 사업체의 제조 경험을 결합한 젤라또도 시제품 개발 사례다. 이를 이미 안정된 상시고용이나 완성된 유통체계로 읽어서는 안 된다. 핵심 과제는 지원 종료 이후 원료 거래, 시설 운영, 수익 배분과 판로 관리를 누가 맡을지다. (원문 54~56쪽)
귀촌형: 기술을 지역 농산물과 결합한 피낭시에
피낭시에는 귀촌 이후 제과기술을 해남 농산물의 상품화에 활용한 사례다. 원문은 2022년 기준 매출 13억여 원, 고용인원 10명, 해남 고구마 약 100톤과 유기농 쌀 10톤 사용을 제시한다. 이는 특정 사업체의 해당 연도 실적이며, 정책으로 순증한 일자리 수나 중장년 고용인원이 아니다. 저자는 원료 조달의 지속성, 인근 상권으로의 소비 확산, 다른 점포와의 반복 협업을 후속 확인 과제로 제시한다. (원문 56~57쪽)
장소형: 창고를 기록·교육·판매 공간으로 바꾼 커커필드
커커필드의 삼산창고는 유휴 양곡창고에 전시, 기록, 교육과 지역 산물 판매 기능을 더한 사례다. 원문은 대표 1인이 운영하는 법인을 중심으로 여러 업무가 구성되었다고 설명한다. 업무의 종류가 늘었다는 사실과 여러 명의 유급 일자리가 생겼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운영기간 이후 공간 이용의 불확실성과 구독·프로그램·판매 수입의 지속성도 남은 과제다. (원문 59~60쪽)
내생형: 주민의 공동사업을 제조와 판로로 넓힌 연호
농업회사법인 연호는 주민 출자와 공동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맥아·맥주 제조, 축제와 판매망으로 활동을 넓힌 사례다. 연호 제품이 삼산창고에서 판매된다는 대목은 제조업체와 문화공간 사이의 구체적인 연결을 보여준다. 다만 주민에게 수익을 배분하고 재투자할 조직적 통로가 있다는 것과 실제 배분·재투자 성과가 확인되었다는 것은 다르다. 원문 역시 실제 환류의 정도를 앞으로 확인할 과제로 남긴다. (원문 61~62쪽)
연구가 말하는 것과 아직 말하지 못하는 것
네 사례의 공통점은 원물, 기술, 공간, 주민조직을 연결해 생산 이후의 기능을 보완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원문은 사업체 간 거래와 협업이 초기 단계임을 설명하며, 고용효과를 정량적으로 실증하지 못했다고 명시한다. 연결의 사례는 관찰되었지만, 그 연결이 없었을 때와 비교한 순고용효과나 인구 정착 효과가 측정된 것은 아니다. (원문 64~66쪽)
자료를 읽을 때는 지표의 정의도 주의해야 한다. 49쪽 본문은 산업 비중을 설명하며 ‘평균적으로’라고 표현하지만, 그림 1은 ‘중앙값’으로 표기한다. 이 해설은 해당 비중을 평균으로 재인용하지 않는다. 그림 3과 그림 4의 인구 자료 출처에 적힌 기간도 분석 제목의 기간과 차이가 있어, 통계를 재현하려면 원자료의 기간과 산식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원문 49·52~53쪽)
저자의 정책 제안은 유형별로 막힌 기능을 진단하고, 창업지원과 주거·교통·돌봄 등 정주 여건을 함께 설계하자는 것이다. 성과평가에도 고용인원뿐 아니라 지역 원료 구매, 반복 거래, 시설 가동, 상시·계절 인력, 주민 배분과 재투자 등을 함께 보자고 제안한다. 이는 사례에서 도출한 정책 방향이지, 효과가 검증된 정책 패키지는 아니다. (원문 65~66쪽)
DASISIJAK 해석: 중장년의 경험을 어디에 연결할 것인가
이 절은 원문의 직접적인 연구 결과가 아니라, 한국 중장년의 경력전환과 브리지 고용에 적용해 보는 DASISIJAK의 해석이다. 여기서 브리지 고용은 주된 경력 일자리에서 물러난 뒤 완전 은퇴로 이행하는 과정의 유급 경제활동을 뜻한다. 지역 활동이나 귀촌, 주민 출자만으로 브리지 고용이라고 분류하지 않는다.
첫째, 중장년에게 반드시 새 점포를 창업하도록 권할 필요는 없다. 원문에 등장하는 품질관리, 회계, 유통, 시설 운영 같은 기능을 출발점으로, 기존 사업체가 필요로 하는 업무와 개인의 경력을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예컨대 여러 소규모 사업체가 공동으로 유급 운영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해당 직무에 중장년 수요가 실제 존재하는지, 보수를 지급할 매출이 있는지는 이 연구로 확인되지 않았다.
둘째, 지역에 기여한다는 의미와 일자리의 질을 함께 따져야 한다. 경력전환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면 계약기간, 소득, 노동시간, 사회보험, 신체 부담과 이동·돌봄 여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민 참여나 계절적 업무가 안정적인 생활 기반이 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이는 원문의 성과지표 제안을 중장년 노동시장 관점에서 확장한 평가 기준이다.
셋째, 학술적으로는 지역의 거래 관계와 개인의 경력전환을 연결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연령, 이전 직무, 은퇴 여부, 고용형태를 구분하고, 유급 업무의 지속성과 소득·정주 변화를 반복 관찰하는 설계를 생각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비교지역이나 비참여 집단을 두어 지원사업의 효과와 지역의 다른 변화를 구분해야 한다. 이는 본문에서 검증된 모형이 아니라 앞으로 검증할 연구 질문이다.
해남의 사례가 주는 출발점은 ‘로컬 창업이 중장년 문제를 해결한다’는 결론이 아니다. 지역에 필요한 기능을 먼저 찾고, 그 기능을 맡을 사람에게 지속 가능한 유급 역할이 마련되는지를 확인하자는 질문이다.
원문과 읽기 안내
황재희(2026), 「인구감소지역의 일자리: 로컬 크리에이터의 가능성을 보다」, 『지역산업과 고용』 2026년 여름호, 한국고용정보원, 47~68쪽. 한국고용정보원 공식 원문 안내에서 해당 글의 PDF를 열거나 내려받을 수 있다. 제공 PDF와 공식 게시정보에서 DOI는 확인되지 않아 DOI 링크는 기재하지 않았다.
이 해설의 쪽수는 원문 인쇄면 기준이다. 사업체 실적은 원문이 보고한 과거 시점의 값이며 현재 실적으로 갱신한 값이 아니다. 중장년과 브리지 고용에 관한 제안은 원문의 조사대상·측정 범위를 넘어서는 해석임을 구분해 읽어야 한다.
원문 서지와 이 글의 출처
황재희. 인구감소지역의 일자리: 로컬 크리에이터의 가능성을 보다. 한국고용정보원.
https://www.keis.or.kr/keis/ko/proj/119/pblc/rpt/detail.do?categoryIdx=262&reportIdx=6691
이 해설의 최초 게시일: 2026-10-20. DASISIJAK 원래 해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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